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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영어는 없다,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

 1995년으로 기억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회사에서 해외출장을 보내줬다.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지만 갓 군대제대한 패기를 앞세워 도전하기로 했다. 말레이지아와 인도네시아로 가는 거였고 회사가 수입할 목재의 품질을 검사하는 일을 했다.
 막상 호텔에 도착하고 나니 나 혼자라서 조금은 겁이 나기도 했지만 그냥 부딪쳐 나가기로 했다. 그러면서 마음속에는 '나는 영어에 있어 약자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들보다 영어를 못한다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고 나니 그들의 영어가 이상하게 들렸다. 무려, 하이얏트 호텔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틀린 부분이 있었다. 미국식 영어만 배운 내 귀에 영국식 영어가 이상하게 들리는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들도 나처럼 영어를 제 2외국어로 배운거라 당연한 거였다. 그후 나는 더 자신감을 가졌다.

 



(에피소드 1) 
 말레이지아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더운 날씨를 탓하며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오니 전화가 왔다.

"I'm Sally. Who are you and You are from where?"
모르는 여자라서 무척 당황해서 뭐라고 대답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몇 마디 하다가 끊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녀의 영어가 이상했다. "Where are you from"이 아니고?

(에피소드 2)
 2000년 쯤, 이익훈씨가 미국인 강사에게 이렇게 얘기하는 걸 들었다. 
"Hey, You're name is what?" 
아하! Sally가 오버랩되면서 무릎을 탁 쳤다.

(에피소드 3)
 "우리나라 사람들은 완벽하려고 하다보니, 말을 잘 못하는 걸 많이 봤다. 이상하게 중국 사람들 중 몇몇은 굉장한 자신감으로 또박또박 큰 소리로 영어를 잘도 하더라. 그런데 잘 들어보니 문법적으로 틀린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도 외국인들은 잘 알아들었다"
 어느 영어교수의 말이다.

(에피소드 4)
 '꽃을 꺾었다'를 읽어보라. "꼬츨'이라고 발음했는가 아니면 "꼬슬"이라고 발음했는가? 
비슷한 예는 더 있다. '학여울', '가리키다와 가르치다', '빚을 지다'

 우리는 너무 엄격하다. 미국 아나운서 수준의 영어를 바란다. 그나마 정확한 영어를 사용하리라 예상되는 아나운서들도 실수를 많이 할거다. 실수가 아니고 잘못 쓰는 경우도 의외로 많을게다. '젊은이여 가슴을 쫙 펴라' 자신감이 훨씬 더 중요하다. 중학교 교과과정을 충실히 마친 사람이라면 웬만한 대화는 영어로 가능하다. 자신감을 갖기 바란다.


덧 :
 1. Sally의 정체에 대해 몇 번 생각해 봤다. 에스코트 걸(escort girl)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1시간 쯤 뒤에 연락이 왔다. 아마도 호텔에서 '젊은 한국 남자가 혼자'
    투숙했으니 그쪽으로 연결해준 것 같다.
2. 코타키나발루의 아름다운 해변을 다시 보고싶다. 신혼여행지로 찜!
3. 하이얏트 K.K의 벨보이였던 Sofian Abu Bahkar(?)라는 친구와 한참을 펜팔친구로 지냈는데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페북에서 찾아봤으나 없다.